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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2-25 12:34
[기획] 평생가는 軍가혹행위 트라우마.. 가정도 무너진다.
 글쓴이 : 진맘
조회 : 142  
국민일보
[기획] 평생가는 軍가혹행위 트라우마.. 가정도 무너진다

최예슬 기자 입력 2017.02.25

피해치유센터 '함께', 작년 피해자·가족 40여명 상담

군내 폭행 연평균 740건. 가혹행위 69건. 대한민국 군대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의 부끄러운 실태다. 폭행·가혹행위 피해자와 그 가족은 고통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년, 10년이 지나도 이들의 상처는 치유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16일, 군피해치유센터 ‘함께’가 서울 서대문구에 문을 열었다. 아들을 군내에서 잃은 공복순(54·여) 대표가 군인권 피해자와 그 가족을 위해 나섰다. 지난 1년간 이곳에서 피해자, 가족 40여명이 상담을 받았다. 이들은 말 그대로 ‘함께’ 아픔을 털어놓고 상처를 보듬어 가고 있다.

2012년 전역을 한 한성호(가명)씨도 공 대표를 찾아온 사람 중 한 명이다. 한씨는 군대에서 선임들에게 이유 없이 맞고 욕을 들어야 했다. 한씨는 당하면서도 끝까지 견뎠다. 전역만 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역 후 마음의 상처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돼 돌아왔다. 악몽같은 일을 겪은 지 5년이 지났지만 한씨는 타인과 어울리지 못한다. 그의 가방에는 항상 칼이 있다. 괴롭히던 선임을 길에서라도 만나면 언제든지 찌르고 싶은 심정이다. 그의 목표는 보통 20대 청년들처럼 취업이나 결혼이 아니다. 한씨는 “돈을 모아 나를 괴롭힌 선임을 청부살인하는 것이 목표”라는 끔찍한 말을 했다.

군에서 갖은 성추행을 당했던 정모(24)씨는 전역 후 2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는 군대에 있을 때도 15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제대 후에는 정신병원 폐쇄병동과 일반병동을 오가며 9개월여간 입원했다.

군내 가혹행위는 가족들의 삶도 무너뜨렸다. 2003년 의경으로 군복무 중이던 아들을 잃은 문모(62·여)씨는 지금도 새벽에 갑자기 잠이 깨곤 한다. 문씨의 둘째 아들 최모 일경(당시 20세)은 선임 6명에게 5개월여간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들은 최 일경이 잠을 못 자게 하고, 억지로 음식을 먹게 했다. 가혹행위는 5개월 넘게 지속됐고, 최 일경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이 사건은 큰 이슈가 됐다. 하지만 그 누구도 문씨 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았다. 가정은 풍비박산났다. 공무원 남편에 유복했던 문씨 가족은 동네에서 부러움을 한몸에 받곤 했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으로 남편은 정신적 불안 증세를 보였다. 매일 술에 취해 가족들에게 “너희도 그냥 다 죽어라”고 폭언을 했다. 첫째 아들은 스트레스로 심장질환을 앓다가 2013년 32세 나이로 세상을 떴다. 남편도 3년 전 뇌경색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문씨 역시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으로 버티고 있다. 그는 숨진 아들 또래 대학생을 보면 슬픔이 북받친다. 문씨 집에는 가족사진이 없다. 사진을 보기만 해도 밀려오는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그는 “새벽에 잠이 깨면 미친 듯 공허하고 답답한 마음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하루하루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전역한 군인권 피해자나 가족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다. 국군수도병원과 국군양주병원의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군에 부적응하거나 자살이 우려되는 병사를 관리하는 것이 전부다.

박모(50·여)씨는 부실한 군 의료체계 때문에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내야 했다. 둘째 아들 홍모 일병(당시 23세)은 공군으로 입대한 지 10개월쯤 되던 지난해 3월 갑자기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다. 군 의무실이 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지 3일 만에 결국 홍 일병은 사망했다.

홍 일병의 제대일은 오는 5월 3일이다. 박씨는 그날까지 아들을 보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입던 스웨터를 종종 입는다. 박씨는 “아직도 아들 생각에 힘들지만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전했다.

공 대표는 박씨처럼 슬픔을 쏟아낼 곳을 찾지 못하는 피해 가족과 상담사 등 10명과 함께 지난 17일 1박2일 마음의 대화를 나눴다. 공 대표는 “각종 범죄 피해자를 위한 상담센터도 있는데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무심한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인권 피해자와 가족을 위한 심리치료 기구를 마련하기에 앞서 전반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범위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며 “우선 군인권 피해자, 피해자 가족에 대한 추적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는 국방부라는 한 부처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범정부부처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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